지속 가능한 건축, 제로에너지 건축물에서 답을 찾다 기후위기가 건축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건축물의 시대를 연 것이다. 자연에서 온 건축자재의 사용이 이제 걸음마 단계의 변화라면,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방식은 제로에너지 건축기술이다. 새로 짓는 건물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도입하고, 노후 건축물은 리모델링을 통해 에너지 성능을 개선한다. 우리의 생활터전이 되는 집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것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건물의 사용 에너지와 생산 에너지의 합이 최종적으로 0(Net Zero)가 되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기존의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신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해 기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제로에너지 건축기술에는 패시브 하우스와 액티브 하우스, 이렇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미국 시장분석 기업인 ‘Navigant Research’의 넷제로 에너지빌딩 보고서에서는 제로에너지 건축 세계시장 규모는 2020년 6,000억 달러에서 2035년에는 1조 4,000억 달러로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건물의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저감이 필수적인 데다 ESG라는 글로벌 추세까지 맞물려 국내 기업들도 지속가능한 건축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이행과 온실가스 감축 가속화를 위해 2017년부터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는 제로에너지 건축물(ZEB·Zero Energy Building) 인증 의무화’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패시브 하우스는 말 그대로 수동적인(Passive) 집이라는 뜻이다. 집안의 열 유출을 억제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한다는 의미에서 수동적으로 에너지를 지킨다. 1991년 독일에서 처음 도입된 패시브 하우스는 집안의 열 유출을 막기 위해 단열재를 충분히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벽의 두께도 두껍게 하고 창문도 삼중창을 사용하는 등 내부 설계를 통해 집의 단열 효과를 극대화한다. 실제로 유럽의 에너지 소비국 1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는 패시브 하우스로 지어진 건축물만 건축 허가를 내줄 정도로 주택의 에너지 기준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액티브(Active) 하우스는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집을 의미한다. 보통 태양열 흡수 장치, 풍력 발전기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재활용하고 생산한다. 태양광 발전은 여러 개의 태양 전지들을 붙인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햇빛을 직류전기로 바꿔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태양열을 온수로 바꿔 축열조에 저장하면 급탕에도 사용 가능하다. 태양열 발전기에 비해 크기가 작고 직접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붕 위에 설치할 수 있어 액티브 하우스에도 널리 도입되고 있다. 시공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지만 친환경적이고 장기적으로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장점 때문에 일반 가정 주택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풍력은 태양광 패널 대신 풍력 터빈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에너지를 지키는 패시브 하우스와 에너지를 만드는 액티브 하우스를 반대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 둘은 상호보완적인 개념이다. 액티브 하우스 기술로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이렇게 생산한 에너지를 패시브 하우스 기술로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패시브 하우스와 액티브 하우스를 결합해 태양광, 풍력, 지열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동시에 채광, 환기, 단열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짓는 전원주택, 단독주택이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종시의 로렌하우스다. 고성능 친환경 건축기술이 적용되는 로렌하우스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제로에너지 시범사업으로 처음 조성한 단지형 단독주택으로, 태양광 시스템과 액티브 공법, 첨단 단열재 사용 등으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패시브 공법으로 시공되었다. 주택 한 채당 태양광 모듈 11개를 적용해, 한 달 평균 400kWh의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전기, 냉난방비 등에서 같은 평형의 일반 아파트 대비 65% 가까운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건축을 위해 신축건물에 액티브 하우스나 패시브 하우스 기술을 도입한다면 노후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린리모델링이 있다. 노후 건축물의 경우 사용연한이 늘어날수록 효율성이 떨어지는 창호와 기밀하지 못한 벽체를 통해 열손실이 증가해 에너지 사용량은 증가하고 내구성을 점차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노후건축물의 단열을 보강하고, 고효율 창호 교체, 고효율 냉난방 교체, 신재생 에너지 등을 설치해서 건축물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에너지 성능을 높여 그로 인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그린리모델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축물 중 1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은 약 75%, 30년 이상 된 건축물도 약 34%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회복재도 50년이 넘는 노후 주택이었다. 이 노후 주택은 일반 리모델링이 아닌 외벽 단열공사, 고성능 창호공사 등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그린 리모델링을 통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집으로 재탄생했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 그린 리모델링 후 에너지 소요량은 기존 대비 71.8% 절감했다. 한국 외국어대학교 도서관도 그린 리모델링을 통해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단열보강 및 창호교체, 고효율 냉난방기 및 태양광패널을 설치한 결과 에너지 소요량은 기존 대비 59% 감소했다. 국토부는 2020년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그 효과를 분석한 결과, 사업추진을 통해 총 5,300톤의 온실가스가 절감된 것으로 분석돼 강원 지역에 30년산 소나무 65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대사회에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는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서 일상생활 곳곳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속 가능한 건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부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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